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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정(無補正)이라는 개념에 대하여 - 왜 무보정은 불가능한가
글쓴이 : 포토마루2  (222.♡.148.53) 날짜 : 2014-06-08 (일) 14:46 조회 : 3073
무보정(無補正)이라는 개념에 대하여

보정과 무보정의 사전적 의미


보정 [補正]
[명사]
1 부족한 부분을 보태어 바르게 함. ‘바로잡음’으로 순화.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사전적 의미로서는 그렇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보태어 바르게 한다는 것입니다. 사진에서 생각하자면 노출이 부족한 사진을 밝게
만들어주거나 틀어진 색을 바로잡아주거나 하는 등의 작업이 보정일 것입니다. 그런데 디지털 사진이 등장한 이후에는 보정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꼭 무언가를 바르게 한다라기보다는, 촬영자 혹은 사진의 의도에 맞도록 고쳐작업한다는 의미로 약간은 바뀌었습니다.
무보정(無補正)이라는 단어는 어지간한 국어사전에는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정을 하지 않았으므로 사진으로 생각하자면
'무언가 잘못되거나 부족하지만 그대로 놓아둔 것'을 의미하여야 할텐데, 무보정이라는 것은 실제로는 '원본 그대로'의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정확한 용어라기보다는, 사진하시는 분들 사이에서 굳어진 용어로 보면 맞겠습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무보정'이라 함은 "촬영자가 촬영한 그대로를 작업자가 임의로 변경하거나 고치지 않은" 원본 그대로의
사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겠습니다.

디지털카메라에서의 무보정은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면 대개 JPG 파일로 된 이미지 혹은 각 메이커의 규격을 따르는 RAW 파일이 얻어집니다. 이 때에는 촬영한
그대로의 원본 파일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후에 이 원본 파일을 조정하거나 고치거나 밝기를 조절하거나 색을 바꾸거나 또는
자르고 붙여서 목적에 맞는 사진으로 만져낼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보정이라고 통칭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보정이 전혀 되지
않은 원본 파일을 '무보정 원본'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다만 무보정 원본이란 파일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지, 눈으로 볼 때에는 그렇지 않다고 봐야 합니다. 눈으로 본다는 것은 모니터
혹은 인화물 등으로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지만, 모니터마다 다르거나 인화물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하여야 합니다. 어느 모니터로는 밝게 보이던 것이 어느 모니터로는 어둡게 보일 수도 있고, 어떤 인화물은 노랗고 어떤
인화물은 푸를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된 사진에서의 무보정 원본이라는 것도 엄밀하게는 데이터로만 존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원본 필름에서는

필름은 원본으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작업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천 소스(source)로서의 의미로 필름은 원고(原稿)로 불리우기도
합니다. 필름 원고를 굳이 비유하자면 음식을 만들기 위한 재료와 비슷하게 볼 수도 있습니다. 촬영된 필름으로 스캔이나 인화작업을
진행하면 비로소 JPG 파일과 같은 이미지파일이나 혹은 종이 인화물이 얻어집니다. 문제는 필름으로 작업할 때에 '무보정'이라는
개념이 적용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요리 재료를 주고 '무보정'으로 조리해달라고 하면, 말하자면 레시피에 적혀 있는 대로
조리사의 주관이나 노하우를 첨가하지 않고 그대로 정량 정온 정시를 지켜 조리해낸다면 그 때의 음식은 늘 같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물론, 이 때 이야기하는 필름은 슬라이드필름이 아닌 네거티브 필름입니다. 컬러네거티브와 흑백네거티브 두 가지의 필름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사진 인화용 필름이기때문입니다.

필름은 스캔하기에 따라 다음과 같이 결과물의 컬러나 밝기가 변할 수 있습니다.



사진과 같이 어둡거나 밝게 혹은 컬러의 색조가 다르게 스캔이 가능합니다. 이것은 스캔하면서 작업자가 조절하였기때문입니다.
이 때의 '조절'도 말하자면 보정인 셈입니다. 그러니까, 무보정이 아닙니다.

작업자(스캔하는 사람)이 전혀 손을 대지 않는다면 그것은 무보정일까요?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결과물이 될 것입니다.


하나의 사진을 서로 다른 네 가지 기종의 스캐너를 이용하여 스캔한 결과물들

위의 사진들은 모두 작업자의 의도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장비 그대로의 스캔 결과물들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결과물들은 모두
다릅니다. 스캐너마다 광학부와 이미지 처리엔진, 소프트웨어가 달라 같은 필름을 읽어들여도, 작업하는 사람이 전혀 만지지 않아도
결과물이 다르게 나옵니다. 이것들을 무보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보정'의 반대의 의미로서의 '무보정'이라 함은 무언가 고쳐지거나
손보아지거나 변형되지 않은 원본 그대로의 결과물이어야 할텐데도, 각 장비들의 디폴트 스캔 결과물만으로도 이렇게 차이를 보입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우리가 혹은 당신께서 '무보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원하시는 그 결과물은 보정이 가해지지 않은 원본
그대로여야 합니다. 무보정을 요청하신다면, 혹은 무보정으로 작업한다면 어디에서 어떻게 누가 작업하여도 필름 고유의 촬영된 컷
그대로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원하시는 것일 겁니다.

스캔이라는 과정은 필름에 빛을 투사하여 얻어진 상을 센서로 읽어들여 이미지로 만든 것입니다. 읽어들여진 데이터를 JPG 혹은
이미지파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이미지프로세싱 과정을 필연적으로 거치게 됩니다. 따라서 스캐너의 메이커마다 상이한
이미지프로세싱 알고리즘을 거친다면 위에서처럼 다른 결과물을 얻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스캔과정을 통해서는
'무보정' 결과물을 얻기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무엇을 원본으로 볼 것인가

필름을 원본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필름으로부터 얻어진 사진 혹은 이미지를 원본으로 볼 것인가 하는 부분은 많은 고민을 남깁니다.
이것에 관해서는 필름으로부터 사진을 얻는 과정을 생각해보아야만 합니다.

필름을 사진으로 인화하기 위해서는 필름에 빛을 쬐어 거기에서 얻어지는 상과 그림자를 인화지에 일정시간 노광하여 빛과 적당한
만큼 반응하게 한 후에 약품처리하여야 하며, 이것이 바로 전통적인 은염사진 인화방법입니다. 필름을 스캔하는 경우에도 빛을
투사하여 거기에서 얻어지는 상을 읽어들이는 원리는 같습니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담는 것이 사진이 아니라, 필름에 발라져 있는 유제가 빛에 얼마만큼 반응하였는지에 따라 기록된 화학반응을
시각적으로 보이도록 약품처리하여 상을 얻어낸 것이 사진이라는 과학적 분석은 책의 서두부분에서도 해 보았습니다. 디지털카메라
역시 센서에 맺힌 상을 누적하여 기록함으로써 필름으로 촬영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냅니다. 다만 센서와 필름의 반응성과 특성이
다를 뿐입니다.

필름에 맺힌 상과 마찬가지로, 사진 인화 역시 인화지에 발라져 있는 유제에 필름을 투사한 상의 빛이 얼마만큼 닿는가에 따라 상의
밝고 진함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레이저나 잉크젯 프린터로 인쇄하듯 출력되는 디지털 프린트라면 조금의 개념이 다를 수 있지만,
원래 사진이란 필름을 인화지에 노광하여 얻어졌던 것이고 디지털 프로세싱 또한 개념적으로는 그와 비슷한 과정을 거칠 수 있으므로
인화지에 대한 노광프로세스를 그 근본으로 생각하여야만 합니다.

오래 노광하여 인화지가 빛을 많이 받으면 상이 진해집니다. 빛을 적게 받으면 상이 흐립니다. 같은 필름이라도 노광된 빛의 양에 따라
사진이 달라집니다. 흑백사진이라면 한 가지 빛만 노광하면 되지만, 컬러사진이라면 CMY의 세 가지 색상에 대한 빛의 노광을
조절하여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노광량을 조절하면 전혀 다른 사진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보정”으로 인화하여야 하는 사진의 경우는 어찌하여야 할까요? 필름에 대하여너무 많거나 적거나 하지 않고 언제 누가
사진을 인화하더라도 똑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줄 수 있도록 정해져 있는, 혹시 “표준 노광량”같은 것이 존재할까요?

원본 그대로의 사진, 혹은 재현한다는 것

필름이 원본이라고 한다면, 필름 그대로만 원본이어야 합니다. 필름으로부터 얻어진 사진은 그 때 그 때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필름이라는 원본으로부터 다양한 사진을 얻을 수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원본 사진”이라 함은 필름이 아니라 인화된 사진 자체가
되어야만 합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뽑아도 이 필름으로는 이 사진이 나와야만 한다”는 가치를 “무보정”이라고 정의한다면 “언제 어디서 누가 뽑아도
항상 똑 같은 사진”을 실제로 뽑을 수 있고 또 가능해야 합니다.

이 필름으로는 꼭 이런 사진이 나온다는 것을 실제로 가능하게 하려면 필름을 이용하여 사진을 뽑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들이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표준 노광량”과 같은 방식으로 정의되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표준 노광량(사진을 무보정으로 인화하기 위해서 정의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빛의 밝기 혹은 세기와 노광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표준 인화지, 표준 인화지 처리용 약품, 인화지 처리용 약품의 온도, 농도와 컨디션, 수세수의 성질과 온도, 드라이온도,
작업실의 주변온도, 대기압… 사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동일하게 유지된 상황에서 완벽하게 동일하게 작업한다면
똑같은 사진이 나온다고 보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실제로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그러한 표준에 관련된 것들은
어떠한 것들도 국제규격 등으로 정의되어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단지 노광뿐만이 아니라 닷징이나 버닝과 같은 아날로그적 인화기법
또한 매번 똑같이 재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 필름으로부터 사진이 어떻게 나오는가 하는 것은, 필름을 노광하여 얻어지는 은염사진의 경우에는 전적으로 오퍼레이터(사진을 뽑는
작업자)의 마음대로 입니다. 언제 누가 뽑아도 똑 같은 사진, 혹은 이 필름을 인화하면 반드시 이런 사진이 나온다고 할 수 있는 그 어떤
무보정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상상으로만 가능한 거라고나 할까요. 조금 더 주면 진하고, 조금 덜 주면 옅고, 밝고 어둡고,
붉고 푸르고 노랗고, 컨트라스트가 세고 약하고… 백 번을 인화해도 백 번 다 다른 것이 사진입니다.

스캔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필름으로부터 기계적 메커니즘이 다 다른 어떤 광원과 센서와 방식으로 읽어들인 후 각 메이커마다
다른 어떤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을 통해 이미지 데이터로 추출됩니다. 이미 이 과정으로부터 메이커마다 결과물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작업자가 전혀 개입하지 않아도 스캐너의 디폴트 설정에 따라 자동으로 작업되고, 이미지는 스캐너에 탑재된 이미지 프로세싱
엔진의 처리방식에 따라 가공되어집니다. 어떤 스캐너로 스캔해도 똑 같은 사진이 나와야만 하는 “무보정” 결과물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현상소에서 “무보정 스캔”을 요청하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아무 현상소에나 가서 무보정을 요청해보세요. 대체로 어디에서든
“알았습니다”라고 답변할 것입니다. 무보정이 실제로 가능할까요? 앞에서 장황하게 설명하였듯 무보정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현상소에서는 무보정을 어떻게 작업할까요?

첫번째 방식은 장비차원에서의 무보정입니다. 말하자면, 현상소에서 사용하는 스캐너의 디폴트 세팅대로 작업자가 전혀 손대지 않고
그대로 뽑아내는 스캔 이미지일 가능성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한다고 해서 필름의 특성이나 노출 등을 그대로 반영하는 결과물은
얻어지지 않습니다. 상업 현상소의 스캔 장비는 최종결과물을 위한 장비이기 때문에, 이미 완성된 사진을 만들기 위한 이미지프로세싱
알고리즘을 탑재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노출부족이거나 과다인 사진은 밝거나 어둡게 자동으로 조절될 것이고, 필름으로부터
읽어들여진 이미지를 자체적으로 판단하여 자동으로 보정해내는 작업을 스캐너가 알아서 처리할 것입니다. 작업자가 전혀 손대지
않는다고 하여도 이미 당신께서 원하는 무보정으로서의 의미있는 작업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떤 한 장면을 1/2스톱씩 브라케팅(bracketing: 같은 장면을 노출값만 달리하여 여러 번 촬영하는 것)하였다면, 스캔 결과물에서
이것이 반영될까요?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다. 오퍼레이터의 조작 없이도 이미 스캐너선에서 자동으로 적절한 노출로 보정되어
브라케팅한 여러 컷은 거의 똑 같은 밝기의 사진이 되어버릴 것입니다.

이런 무보정 스캔, 단지 오퍼레이터가 전혀 손대지 않았다는 것만을 무보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두 번째 방식은 필름의 노출상태를 보고 오퍼레이터가 밝거나 어둡게 조절하여 원래의 상태에 가깝도록 재보정해내는 방식입니다.
무보정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필름에 촬영된 상태로 조금이라도 되돌려놓기 위해 거꾸로 작업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다 하여도 진정한 무보정일 수는 없습니다. 사실은 이미 보정된 사진을 다시 보정하는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왜냐면, 이제껏 이야기한 것처럼 필름사진에 있어서 무보정이란 실제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원본사진”은 필름이 아닌 인화물, 사진으로 존재

서점이나 인터넷에서는 많은 사진작가들의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유명한 사진집도 주문해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멋지게
인쇄되어 있는 사진들은 원본 필름을 다시 스캔해서 그 이미지 파일로 인쇄된 것이 아닙니다. 필름을 현상하여 인화할 당시의, 최고의
오퍼레이터가 심혈을 기울여 인화해놓은 원본 사진(여기에서의 사진이란, 인화지에 인화된 종이 사진을 말합니다)이 존재하고,
이것을 책으로 옮겨 실은 것입니다. 필름은 사진을 인화하기 위한 “원고”이지, 결코 “원본 사진”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필름으로부터는
인화할 때마다 다른 사진을 얻게 될 것이고, 사진을 촬영했던 사진가는 여러 번 인화한 사진들 중 가장 좋은 결과물을 그 필름의 원본
사진으로 삼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필름을 스캔해서 이미지를 얻었다면, 지금 얻어진 그 이미지가 바로 원본입니다. 물론 원본은 데이터로서만 존재합니다. 프린터로
인쇄하거나 디지털 은염인화로 사진을 뽑거나 혹은 모니터로 보거나 어느 것도 똑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데이터는 변하지 않습니다.
다시 스캔한다면 또 다른 결과물을 얻게 됩니다. 같은 스캐너로 같은 설정으로 다시 스캔했다고 해도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스캔작업 역시 인화와 비슷한 원리로 이해하여야 하고, 스캔할때마다 원본이 생산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스캔된 이미지를 종이로 인화한다면 종이사진으로서의 또다른 원본이 생산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미지와 종이는 특성이 전혀
다르기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그 무엇은

무보정이란 것은 있을 수 없고 내가 촬영한 사진은 스캐너에 의해 왜곡되고 오퍼레이터에 의해 다듬어지고 모니터나 인화물에 따라서
달라보인다면, 결국 사진은 내 의도대로는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일까 하는 의문에 다다르게 됩니다.

무보정을 원하는 것도 가능한 필름 그대로의 상태를 뽑아내어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원하는
나만의 느낌과 방법과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바람일 테니까 말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무보정이란 것이 없다면 내가 원하는 그 무엇을 얻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되,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내가 직접 내 손으로 이루어낸다면 최대한 근접할 수는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필름의 선택, 원하는 감도와 기법으로 촬영, 내 손으로 현상, 직접 스캔하거나 보정,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 손으로
인화하는 것까지. 물론 여기에는 이런 한 줄의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을만큼의 복잡하고 까다롭고 세밀한 과정들이 녹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과정이라도 직접 내 손으로 해낸다면 적어도 생필름에서부터 결과물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얻는 데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그런 과정들 중 일반적으로 가장 영향이 큰 부분은 바로 스캔이나 인화입니다. 스캔이라는 과정을 컴퓨터 모니터라는 매체로 인화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종이로 인화하는 것과는 달라서 필름으로부터 얻어낸 것을 데이터로 보관할 수도 있고 다시 보정이나
리터칭을 통해 많은 작업을 할 수도 있고 그것을 또다시 종이사진으로 인화해낼 수도 있지만, 필름으로부터의 직접인화나 스캔이나
과정상의 원리는 마찬가지인 것이므로 스캔도 개념적으로는 ‘결과물을 얻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필름을 고르고, 그 필름을 현상하고, 현상된 필름을 스캔하고, 그리고 인화하는 것이 이 시대의 방법이라면 그 중 내 손으로 했을 때
가장 영향이 큰 부분이 스캔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형편상, 혹은 시간상 혹은 귀차니즘 때문에 직접 스캔하고 만지는 일이 어려우시다면, 적어도 나중에 포토샵으로 조정
(보정보다는 가벼운 의미의) 정도는 하실 수 있다면, 그렇게 하기 가장 좋은 정도의 스캔 결과물을 만들어내주는 현상소를 찾으시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듯 싶습니다. 물론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그 무엇’으로부터는 조금 더 멀어지기는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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